'채널'에 해당되는 글 229건

  1. 2018.04.18 #ME TOO #WITH YOU_가해자에게 말합니다. 4
  2. 2018.04.17 #ME TOO #WITH YOU
  3. 2018.03.30 정비공 '미카' 원화 및 일러스트 작업과정
  4. 2018.03.23 마리아 일러스트 작업과정 7
  5. 2018.01.06 20161021_그림체
  6. 2018.01.05 20180104 4
  7. 2017.04.05 2017 연습 2
  8. 2017.03.15 레이 일러스트 작업과정 7
  9. 2016.11.10 <크로커스> 캐릭터 '마리아' 일러스트 6
  10. 2016.10.19 2016 연습

#ME TOO #WITH YOU_가해자에게 말합니다.

 

페이스북에서 가해자를 이미 차단한 상태였는데 페이지로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글을 블로그에 올린 시각이 20:53이었는데, 00:01에 처음 메시지를 보내주셨네요. 언젠가는 돌고 돌아 당신께도 읽힐지 모르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즉각적으로 대응하셔서 많이, 아주 많이 놀랐습니다. 이 글도 금방 읽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당신을 매장 할까봐 걱정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당신을 매장시켜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만약 당신을 매장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글을 썼을 테고, 최대한 이슈가 되도록 온갖 자극적인 단어를 모두 가져다 썼을 겁니다. 당신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들을 글 곳곳에 최대한 꼼꼼하고 치밀하게, 실수인 척 배치했을 겁니다.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면 조금 더 감정적에 치우친 편도 좋았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 글을 쓰는 2주동안 당신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가리고 감추는데 주력했습니다. 당신에 대해 추측하지 못하도록 직장 / 시간 / 실명 / 직급에 대한 언급 모두 최대한 뭉뚱그려 썼습니다. 제 글은 당신을 끌어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그리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분들을 응원하기 위해서 썼을 뿐입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 입니다.


오히려 저는 제가 안 좋은 시선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 없는 얘기는 사람들의 귀에 가닿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저를 밝히지 않을 수 없었고, 저와 동명이인인 원화가분을 알고 있기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저의 아트웍을 올리는 공간에 글을 올렸습니다.


제가 살면서 가진 몇 안 되는 행복은 그림입니다. 몸이 아프고, 여러 번의 수술을 거치면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고, 제가 이번 생에 세상에 남길 수 있는게 뭘까 많이 고민해왔습니다. 제가 세상에 태어나 저의 소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비록 가상의 존재들일지라도 가장 알맞은 시간, 가장 알맞은 장소, 가장 알맞은 쓰임새와 형태에 맞춰 디자인하고 그들이 영원히 살아 숨쉬게 하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저도 그렇게 존재하고 싶은 것처럼요.


그런 제가 그 글을 쓰기 위해 저의 가장 소중한 작업, 아트웍에 붙여질 성희롱 피해자라는 낙인을 감수했습니다. 당신은 제가 당신을 매장시킬까봐 걱정되겠지만, 반대로 당신이 저를 매장시키는 것이 더 쉽습니다. 전 이미 드러나있으니까요.


당신은 저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당신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부자가 되든 다른 무엇을 하든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당신이 꼭 성공해 보이겠다는 말에 그러시라 했던 이유는 당신이 성공해서 나와 전혀 상관없는 공간에서 나를 떠올릴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성공한다고 해서 제가 배 아프지도, 당신이 실패한다고 해서 즐거워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제가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당신이 보낸 메시지에 대해서 하나 하나 따져가며 반박하진 않겠습니다. 반박해야 할 부분들은 너무 많지만, 그러다 보면 부득이하게 당신에 대한 정보 혹은 당신과 나 이외의 주변인들에 대해서까지 언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고, 당신이 원하는 바도 아니리라고 믿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명확합니다. 당신이 잊혀지기를 원합니다. 더 이상 내 삶을 침범하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당신이 잊혀지는 한 저는 당신의 실명을 말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사과, 속죄, 해명, 변명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저에게 설명하거나, 저를 설득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것뿐입니다.

 

#ME TOO #WITH YOU

 

#ME TOO


살면서 나에게 성희롱으로 인한 고통이 어떤 형태로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에 대해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생각해보면, 어떤 비극적인 일들도 사건 사고의 종결과 함께 서술이 끝나기 마련이고 그 이후에 이어진 피해자의 삶은 관심에서 멀어진다. 피해자의 삶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나에게 말했다. “왜 자꾸 자신을 피해자로 남겨두냐. 그러게요, 이 별 것 아닌 일이 도대체 얼마나 날 흔들어댈 셈일까요? 왜 전 떨쳐내지 못하는 걸까요? 내가 피해자인 기분이 좋아서? 사람들이 동정하는 눈빛을 즐겨서? 내가 계속 피해자여야만 가해자를 비난할 수 있고, 비참할수록 더 크게 비난할 수 있으니까?


장담하건대, 제 발로 늪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단단한 대지에 서있는 사람들의 눈에 허우적대는 내가 의아해 보여도, 나는 빠져나갈 방법을 모를 뿐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곳에 갇힌 것뿐이다.


세상의 모든 충돌은 흔적을 남긴다. 모든 상처는 흉터로 남는다. 그리고 나에게도 흉터가 하나 있다.


성희롱을 겪은 지도 한참 지났고, 더 없이 행복한 상태였다. 어느 때보다 원하는 아트웍의 형태에 가까워졌기에 자신감도 붙었고, 좋은 동료와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남편- 이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해자는 불쑥 연락을 해왔다. “성공하면 밥 한끼 사겠다는 약속 지키려고 연락했어요.” 난 거듭 거절했던 일방적인 약속이었다. 나에게 없는 사람이 되어야 했던 그는 언제든 내 삶에 끼어들 수 있었고, 메시지 한 줄에 나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겨우 회복되었던 타인에 대한 불신과 비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 연쇄작용을 일으켰고, 나를 정치적 인물로 보는 직장동료의 눈빛 하나에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오열하며 무너져 내렸다. 직장동료는 무슨 죄가 있을까, 입장차이였을 뿐인데. 나는 다른 몇 가지 이유와 더불어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기로 결정했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가려야만 했기에 유일한 도피처였던 페이스북도 정리했다.


나는 다시 내 상처와 마주해야 한다. 가해자와 완전히 분리되지 못한다는 걸 알았으니, 시간에게만 맡겨둘 순 없었다. 또 내 삶이 휘둘리게 놔둘 순 없다. 나는 그 사건을 다시 마주봐야 했다.

 

 

가해자가 처음 언어적 성희롱을 한 날, 나는 그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나의 외모를 칭찬한 직후 이어진 최근 와이프와 성관계가 없다는 사실의 나열에 나는 진지하게 상담을 해주었을 뿐이다. 만약 피해자가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껴야 성희롱이 성립된다면, 엄밀히 말해서 가해자는 그 날 나에게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가해자의 불안이었다. 가해자는 바로 다음날 탕비실로 불러 입구를 몸으로 막은 뒤 말실수를 한 것 같다’ ‘내가 책잡힐 말을 한 것 같다는 말을 반복했다. 만약 그의 말대로 말실수였다면 그냥 사과 한마디로도 충분했다. 아니면 내가 그 날 일을 떠올리지 않도록 잊은 척 했어야 했다. ‘어제 대화는 단순한 상담이었다고 내가 정리했음에도 가해자는 끊임없이 내가 말을 옮길까 걱정했고, 그제야 나는 그 의도가 단순한 상담이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그 날부터 가해자는 끊임없이 나를 고립시켰다. 주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낌새라도 보이면 몸으로 그 사이를 가르며 막곤 했고, 업무 컨펌을 위해 상사를 찾을 땐 항상 상사들을 데리고 담배피러 가자거나 옥상에 쉬러 가자며 사라지는 그가 있었다. 가해자가 한 가장 나쁜 짓은 이것이었다. 이미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사람들 무리와 나 사이에 선을 그었고, 나는 가해자와 즐겁게 웃는 직장동료들 사이에서 그가 아닌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을 구분할 수 없었다. 가해자 수십 명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오로지 혼자인 기분이었다.


나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아니, 가해자가 그렇게 만들었다. 나는 체념한 채로, 그의 불안이 충분히 가라앉고 나면 없던 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다른 동료와 내 사이를 어김없이 몸을 들이밀어 막아서던 그 어느 날엔가, 가해자는 평범했던 내 반팔티 위로 내 가슴골을 끈질기게 곁눈질로 내려다보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고개를 돌리고 확인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떨어질 기미조차 없었고, 그렇게 없었던 일이 되리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입은 이미 다물기로 했고, 고립은 계속 되었고, 구조신호를 주고 받을 수 없는 내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일하는 중에도 흐르는 눈물은 내가 정상이 아님을 알렸고, 이성적인 사고와 치닫는 감정과 내 표정-몸짓은 분리되어버린 채로 고장이 나버렸다. 비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었다. 공간에 갇힌 기분이 들 때면 숨을 쉬기가 어려워 지갑이고 폰이고 두고 뛰쳐나가 체력이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걸어야만 했고, 걷고 걷다가 실신해서 119대원과 마주하기도 했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내 남편에게 이해 받지 못한다는 기분이 들 때면 길거리든 어디든 짐승 같이 울부짖으며 물건을 부수고 실신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괴물 같은 모습을 내보이고서 옆에서 볼 때 제정신이 아닌 것 같으면 정신병원에 입원시켜달라고 부탁해야 했던 내 기분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삶의 가장 비극적인 부분은 등장인물이 아무리 힘들거나 도망치고 싶어도 어김없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나는 그런 와중에도 돈을 벌어야 했기에 정상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 받아 먹었다. 솔직히 말하면 상담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의사는 돈을 받고 환자의 말을 들어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의사의 결론은 항상 기승전-부모잘못어릴적의 트라우마였으니 내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건 확실했다. 세상 모든 의사가 이렇진 않을 테니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상담 5분만에 처방 받을 수 있었던 약은 심적 고통에 둔감해지게 해주었고, 괜찮아졌다고 착각했다. 그래서 나중에 퇴사하면 쉬면서 나를 고치려 모아둔 돈은 집이 어렵단 말에 가져다 드렸고, 상황이나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어도 출근을 하고, 가해자의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고, 삶을 유지했다. 도망칠 곳이 보이지 않아 버티는 것 외의 선택지를 알지 못했다.


끝은 예상치 못하게 이뤄졌다. 세상엔 나를 늪에 밀어 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늪인지도 모르고 있는 나를 끄집어내는 사람도 있었다. 직장상사는 내가 회사생활에 문제없이 적응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면담자리를 만들었다. 가해자가 내 회사생활의 적응을 돕던 멘토였기에 자연스레 가해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그냥 이미 지난 일이라며 남 일처럼 말했다. 나 하나 참으면 되는 일인데요, 난 괜찮아요- 그러자 상사가 나에게 말했다.


네가 회사를 위해 희생한다고 해서 회사가 그에 합당한 보상이란 것을 해줄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것을 요구하는 회사라면 네가 다닐 필요도 없다.”


우습게도 나는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도, 나에게 남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도, 참을 이유가 없다는 것도 그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듣자마자 깨달았다. 구원이었다.


직장상사는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직장 내에서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조사했고, 나도 용기내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사실을 알렸다. 가해자는 퇴사권고 처리되었다. 때론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것이 가장 큰 구원이 되고, 그때의 나에게도 그랬다.

 


상황이 종료되었지만, 나의 정신과 마음은 이미 망가져있었다. 나는 스스로의 감정을 알지 못했고, 그것을 소리내어 말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주변인들의 판단에 의지했다. 나는 주변인들의 시선으로 정의되었다.


누군가는 나의 피해사실이 알려지면 가해자의 실력이 평가절하되지 않을까걱정했다. 그래서 나는 실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할 무고한 가해자를 공격한 사람이 되었다. 또는 나의 피해사실은 가해자의 실력평가에 조금의 영향조차 끼칠 수 없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누군가는 망설이다 밝힌 나의 피해사실을 듣고서 그 분 좋은 분이던데라며 그와 어울리는 수많은 능력 있고 훌륭한 사람들을 하나 하나 손꼽아 나열했다. 나는 훌륭한 사람을 친구로 둔 좋은 사람을 모함한 셈이었다. 그리고 나는 가해자보다 훌륭하지도 좋지도 않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말한게 아니냐고 했다. 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성희롱 피해사실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가해자를 깎아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희롱 피해사실을 밝히거나 혹은 자발적으로 당한 사람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난 그런 사람이었다.


시선은 감옥이 되었다. 처음에 내 입을 다물게 한 것은 가해자였지만, 그 상황이 끝나고도 지금까지 내 입을 틀어막은 것은 주변사람들의 그 말들이었다.


억울했다. 하지만 다시 고립되고 싶지 않았다. 주변인들은 피해자인 내 편도 들기도 했지만, 가해자의 변호도 해주었고 염려해주었다. 나는 가해자보다 더 쓸모 있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나는 누구의 이득도 해치지 않는 무해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나에게 파트장이나 AD같은 더 높은 자리를 욕심내는게 아니냐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 기분이 정상적이지 않은 것은 알지만, 나는 마치 정말로 성희롱 피해사실마저도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인 것을 인정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끔찍한 기분이 싫어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자리만 마지못해 맡았다. 더 위를 노려보라 조언하는 사람을 만나면 도망쳤다. 윗자리는 정말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대부분이 코웃음 쳤다. 누군들 높은 자리를 원하지 않겠느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옥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찾았다.


나의 행동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난 될 수 없는 존재가 되려고 했다. 애초에 주변인들은 각자 보고 싶은 대로 볼 뿐이었고, 여러 가지 기준에 동시에 나를 맞춘다는 건 불가능했다. 정치적인 것이 나쁜 것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원하고 욕망하는 것이 잘못인 것도 아니었다. 나는 오로지 내가 한 일에 의해서만 정의되어야 했다.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응당 용서를 빌고 바로잡아야 하지만, 잘못한게 없는데 잘못을 빌고 나를 고치려 들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동안 주변인들이 아무런 악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잘못을 따질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틀렸다. 악의가 없어도 상처를 낼 수 있고, 그때 그 사람들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 말들은 틀렸고,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퇴사권고가 이뤄지고 가해자는 나에게 메신저를 통해 사과란 것을 해왔고, 질질 끄는 대화를 끝내기 위해 나는 그가 원하는 말을 읊었다. ‘말하고 다니지 않겠다고도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도 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영원히 볼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할 수 있었던 말이었다.


가해자도 쪽팔림은 알 테니 왜 퇴사했냐는 질문에 꿈을 위해서라거나 더 큰 목표를 위해서라고 답했다는 말을 들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퇴사 이후 회사 안팎으로 상사가 부당하게 자신을 자른 것처럼 모함했다. 상사는 자신의 억울함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성희롱 가해 사실뿐만 아니라 나의 피해 사실도 언급할 필요가 있었다. 상사는 해명하지 않았다.


원래 저 사람이 그 사람 싫어했잖아모든 것은 그 한마디로 정리됐고, 사람들은 아무 의심 없이 그 말을 주워섬기곤 했다.


가해자는 자기 입으로 퇴사가 부당하다고 말하고 다니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퇴사권고를 받을 만큼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 거였다. 정말로 미안했다면 나를 위해 정당한 조치를 취한 상사를 모함하지 말았어야 했고, 나를 그에게 고개도 못 들 죄인으로 만들지는 말았어야 했다. 꿈을 위해서 나갔다는 소릴 할 거면, 적어도 당신 자신을 위해서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어야지. 왜 당신은 항상 최악의 선택을 하는 걸까.


가해자는 사과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상황도 입막음을 시도해서 상황을 악화시켰고, 입막음을 실패하자 최소한의 투자로 사과를 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내 입을 다물게 했다. 자신의 퇴사가 부당하다며 오히려 피해자인 척 하고 다녔고, 기어이 자신의 조그마한 죄인 딱지마저 피해자인 내 손으로 떼어주길 바라며 연락을 해왔다.


난 정말로 궁금한 것이 있다. 당신은 당신이 일방적으로 했던 그 약속만 기억하는 것 같은데, 난 분명 그 약속을 거절했다. 대신 당부의 말을 했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게 나와 똑같은 짓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신이 이 부탁을 기억하고 있는지, 그리고 지키고 있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과거의 일을 되새기며 오랫동안 글을 쓰고 지웠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잘못 맞춰진 단추는 처음부터 다시 맞춰야만 했다. 그래도 몇 년만에 이제야 비로소 숨쉬는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눈에 보이니까.


나도 내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 지금에서야 정확히 알게 됐으니, 그때의 가해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과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글을 수십 번 읽는다고 해서 가해자가 내 고통을 이해하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으며, 가해자의 사과를 원하지도 않는다.


지난 시간 동안 날 구해준 직장상사와 사랑하는 나의 남편은 나에게 그 누구보다 많은 사과를 해주었다. 상사는 늘 자신이 좀 더 일찍 가해자를 막아주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남편은 그때의 내 아픔을 더 잘 이해해주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나는 그런 상사에게 죄인이었고, 남편에게는 아픔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사과할 필요도, 서로가 미안해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해왔다. 그러니 가해자의 사과, 속죄, 변명 그 어떤 것도 나에겐 필요 없다.

 

나는 이제 늪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겨내고 살아가기 위해 선언한다.


나는 이제 내 감정들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고, 타인의 시선으로 정의되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내가 한 일들을 책임지고 감당하며 살아가겠다. 그리고 다시는 가해자가 내 삶에 발 디디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가해자가 오래도록 나에게 강요했던 일, 고립되고 입다무는 것- 그것들에 최선을 다해 저항할 것이다.


나는 이제 나를 피해자로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WITH YOU


누군가는 저처럼 끝난 일임에도 품고 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현재 진행중인 일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아픔과 똑같진 않아도 꼭 닮은 아픔을 품은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딘가에는 있다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온 세상에 혼자인 것만 같았던 옛날의 저에게도요.


사건이 끝났음에도 아픔이 끝나지 않았던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스스로를 계속해서 괴롭혔습니다.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던 비겁한 저를 증오했고, 그 날 하필 가해자와 함께 있고 함께 대화를 나눈 저를 책망했고, 그에게 욕 한 번 내지르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저도 미투운동을 보면서 이제와 깨달았습니다. 잘못을 한 것은 그인데, 나는 왜 그가 아닌 나를 미워하고 있었던 걸까요? 이 아픔과 관련해서 모든 질문들은 가해자를 향해야 하는데 나는 그 질문들을 나에게 하고, 나를 질책하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내가 입을 다물기로 한 것이 아니라 그가 입을 다물게 만든 것이었고, 그 날 나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은 가해자였으며, 나는 그에게 욕 한번 내지르지 못했을 만큼 가해자에게 겁을 먹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내가 성희롱을 당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성희롱을 하겠다고 결정한 것입니다. 절대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저의 구원자이자 조력자였던 상사가 저에게 해준 말을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네가 회사를 위해 희생한다고 해서 회사가 그에 합당한 보상이란 것을 해줄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것을 요구하는 회사라면 네가 다닐 필요도 없다.”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이 느껴야 할 행복과 안전함은 당신의 희생 위에 세워질 가해자와 타인의 평화보다 덜 중요하거나, 가치 없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가 아닌 가족, 학교, 사회 등 다른 단어로 바뀌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입을 다물어야 한다거나, 참아야 한다거나, 당신이 희생해야 하는 것들을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히 말해주세요, “당신이 틀렸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입을 다물고자 결심하셨다면, 꼭 기억해주세요. 당신은 스스로 입을 다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입을 다물게 한 것임을. 비겁한 것은 내가 아니라 그들임을. 정말로 용기가 생기실 때 그 때 꼭 말해주세요.


일이 끝나고도 어쩌면 당신의 악몽은 끝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당신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몰라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고요. 하지만, 감정의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른 척 하거나, 건드리지 않아도 됩니다. 다 나을 때까지, 혹은 열어볼 마음이 생길 때까지 내버려두셔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어딘가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거나, 용기가 생길 쯤에 그때쯤에 한번쯤 마주하셨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간혹 잘못 아문 흉터를 보면서, 자신이 원래부터 잘못된 존재라거나 태어날 때부터 괴물이었던 것처럼 착각하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잘못 아문 흉터 또한 당신이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했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치유하려고 할 만큼 강하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이 원할 때 그것들은 얼마든지 제 형태를 찾아갈 것이고, 제 흉터 또한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정비공 '미카' 원화 및 일러스트 작업과정

추가로 미카의 작업과정도 공유드려봅니다.


이 작업은 처음에는 원화로 시작했다가러프진행을 완료한 시점에 일러스트까지 그대로 이어서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어 동시에 작업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일러스트 진행과정은 레이, 마리아와 동일하지만, 원화단계에서 했던 고민들을 좀더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추가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1. 러프


작업에 들어가면서 기획에 대해 파악을 합니다.

기획자분과 대화하면서 여자’ ‘정비공 두 가지의 키워드를 얻었습니다.


기획이 자세하게 나올 때와 많이 열려있을 때 각각의 매력이 있는데요,

기획이 자세하게 나온다면 그것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 디자인적으로 드러나게 만들지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어서 재밌고, 많이 열려있다면 저 스스로의 생각을 많이 넣을 수 있어서 재미가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후자인데요, '여자'와 '정비공'을 어떻게 결합해서 보여줄지와 그 외의 모든 요소를 어떻게 보여줄지, 또 시각적으로는 어떤 재미를 줄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이 작업에서의 즐거운 포인트였습니다. 


 

저는 이 단계에서 사실 잘 디자인을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진행했습니다. 


미카의 가장 큰 특징 '정비사'의 경우 항상 무언가를 고치고 이동하고 손님(유저)의 차가 고장나면 출장가기도 하는 그런 이동성까지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활동성이 보장되려면 '이 캐릭터는 무조건 스포티다!'를 외치며 스포티한 디자인의 옷들을 여럿 그려주고, 출장정비사라는 느낌으로 장비들이 가득 든 가방까지 둘러줍니다. 모자도 야구모자부터, 캡모자, 용접보안면까지 다양하게 준비해봅니다. 각 요소별로 조합이 가능한 아이템의 선택지를 준비합니다. 물론 일부러 가짓수를 늘릴 필요는 없고, 조정할 수 있는 여지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이렇게 러프를 가지고 기획자분과 얘기를 다시 나눠보는데다소 판타지 같은 느낌이 느껴진다는 것과 좀더 일반적인 정비공 같은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왔습니다


기획자분의 눈에 왜 그렇게 보였을까 파악해보니 크로커스가 현대적인 느낌의 복식이 많기 때문에 일상복에서 동떨어진 느낌이 나는 옷 느낌에서 다른 세계관으로 느껴지는 듯 하고, 정비공>태엽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허리벨트에 크게 박아둔 상징이 일반 게임컨셉에서는 자주 쓰이는 방식이지만 여기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 정비공을 장비가방으로 보여준다는 생각도 자주 쓰이는 방식이긴 하지만, 사실 스패너 하나 만으로도 단서를 주기엔 충분하다는 면에서 과한 컨셉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방이나 기타 복잡한 것들을 덜어내고, 보다 평범한 느낌이 드는 복식으로 정비공하면 떠오르는 청 멜빵바지를 입힌 두 가지 버전의 러프를 다시 잡아봅니다.





오른쪽의 러프로 진행하자는 결정이 나게 됩니다. 짠!

그리고 AD님으로부터 러프의 느낌 그대로 일러스트까지 진행해달라는 요청도 받게 됩니다.






작업자는 자신이 경험한 것에 기반해서 작업하기 때문에, 이전에 그렸던 반응이 좋았던 작업이나 성공한 프로젝트에서의 작업흐름에 따라 작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전혀 다른 세계관의 게임 프로젝트인데도 하던대로 작업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과한 컨셉팅이 되기도 하고 혹은 반대로 너무 심플한 컨셉팅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세계관을 가진 게임프로젝트가 아닌 다음에야 당연한 일이죠. 그래서 세계관 자체에 대해 기획적인 이해도 필요하고, 시각적으로 세계관을 어떻게 보여줄지 가장 큰 방향을 결정하는 '아트디렉터'의 디자인기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매력을 만들어내고 채울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모든 걸 이해하고 작업에 들어갈 순 없지만, 러프 단계에서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눌수록 기획자-(AD or 파트장)-작업자(나)가 가진 게임의 세계관에 대한 코드가 점차 맞아떨어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러프 단계에서 필요한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중에 작업이 끝난 후에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대대적인 수정작업을 해야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원화가로선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죠. 필요한 수정은 완성된 이후든 이전에든 반드시 해야하지만, 가능하다면 러프단계에서 바로잡을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b






2. 스케치 구체화


러프 상태에서는 최대한 캐릭터에서 살리고 싶은 느낌에만 집중했기에 다른 캐릭터와의 밸런스나 크로커스 그래픽 풍에 대한 고려는 없었습니다기존에 작업완료된 캐릭터들을 둘러보며 키나 체형에 대한 조정을 합니다선 느낌에 기대서 진행한 러프와 덩어리의 실루엣을 구체화하는 스케치는 서로 이질감이 들 때가 많습니다. 가급적이면 원래의 러프를 함께 띄워놓고 가장 중요한 느낌(캐릭터의 성격, 표정)은 절대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진행합니다. 




실루엣을 면으로 잡아보면서 덩어리감을 수정합니다좌우 반전을 해보니 러프와 달리 왼발이 어색해보여서 내려줍니다

 

자동차 정비공이라는 단서를 주기 위해 스케치 단계에서 빠져있던 수첩, 휠 렌치, 차 열쇠꾸러미도 추가로 넣어주고 몽키스패너의 실루엣도 정확히 잡아줍니다.






3. 배색 및 디자인


캐릭터에 있어서 배색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캐릭터의 자세한 생김새는 잊혀지지만 색이 주는 인상이나 특이한 문양등은 기억되기 때문이죠캡콤사의 춘리나 모리건 등을 생각해보면 각 캐릭터마다 당연한 듯 떠올려지는 색이 있고, 일본에서는 에반게리온 레이의 머리칼 색을 본딴 페인트까지 출시되었다고 할 정도니까요. '이 캐릭터는 이런 느낌이야'를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최고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성복을 코디하는 정도로는 디자인이라 하기에 아쉬울 듯 해서, 흔한 아이템-다른 디자인 느낌을 줄 수 있는 장치를 고민해봅니다.


1. 흔한 청 멜빵바지에 작업복에서 볼 수 있는 허리 아랫단 세로 주름 부분을 믹스해서 배색을 달리해 넣어줍니다.

2. 롱 스니커즈에 벨크로와 형광연두 역삼각형 조각을 덧대어 미카만 신는 스니커즈를 만들어봅니다.

3. 너트 느낌의 재질/두께감으로 태엽모양 귀걸이. 

4. 브랜드속옷 느낌으로 밴드에 ‘CAR DOCTOR’라고 적어줍니다. 'MECHANIC'보단 카 닥터가 직관적이라서요.

5. 용접면도 기존의 투박한 느낌보다는 좀더 모던하고 패션아이템처럼 디자인해줍니다.


'아 이 색은 미카구나' 혹은 '이 문양은 미카구나'를 인식하기 위한 장치를 고민해봅니다.


1. 정비공=자동차가 연상되도록 흔치 않은 타이어 자국모양의 타투

2. 발랄한 느낌의 형광색 매니큐어, 실핀

3. 공사장에서 반사테이프에 자주 쓰이는 형광연두를 활용한 둥근 역삼각형 마크



목에 걸려있던 보안경은 머리 위 야구모자와 겹쳐쓴 용접면과 역할이 겹쳐서 삭제했습니다.


이렇게 배색단계에서 디자인은 모두 끝났네요!

그리고 이번에는 다행히 한번에 OK통과가 됩니다.






4. 묘사


묘사는 마리아, 레이의 작업과정과 동일하게 글레이징 기법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보다 쉽게 느낌을 잡기 위해 색 레이어를 켜둔 상태로 명암 레이어를 채색해나갑니다무채색으로만 묘사를 하면 되므로 swatch의 회색계열을 찍어 사용하거나 컬러 패널을 grayscale로 해두시면 편합니다




1. 우선 가장 크게 떨어져보이는 어둠을 찾아서 표시해줍니다. 빛의 방향과 세기를 결정하는 과정입니다이때 정한 어둠의 정도가 그림 전체적으로 사용될 명암톤의 범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때 칠한 그늘보다 더 진해지는 건 역광 조차도 닿지 않는 접힌 부분들이나 빛의 방향과 정확히 평행한 면(가장 어두운 면) 정도일 겁니다그 외엔 저 어둠보다는 확실히 옅어야 그림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기준되는 어둠을 잡은 이후에는 빛의 방향에 맞춰 차차 명암 묘사를 진행하면 됩니다.




2. 묘사를 하는 중간중간 명암레이어 뿐만 아니라 색 레이어에서도 디테일을 올려줍니다. 청 멜빵바지의 자연스럽게 헤어진 부분과 흙묻은 느낌을 추가해줍니다자연스러움과 디테일을 위해 용접모에 생긴 자국들을 추가해주고몸에 묻은 흙자국들을 추가해줍니다. 화장과 자연스러운 홍조도 올려줍니다. 그리고 뒤늦게 추가했던 자동차 키들도 구체적으로 형태를 잡아줍니다.



 

3. 열심히 명암묘사를 하고, 명암&컬러 레이어를 함께 켜면 이렇게 됩니다. 






5. 손


제 작업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과정입니다. 최대한 어울리는 각도로 잘 꺾어서 찍어봅니다.





스케치 단계에서든 면을 잡는 단계에서든 혹은 형태를 잡는 단계에서든 작업하시는 분들이 편한 시점에 형태를 잡게 될텐데요오른손은 비교적 쉬워서 면을 잡을 때 잡은 그대로 묘사가 되었고 왼손은 자주 그리던 각도가 아니어서 어려웠던 터라 묘사를 진행하면서 잡아주었습니다. 매번 기본기 훈련의 필요성을 격하게 느낍니다.

 



6. 하이라이트 및 반사광




재질마다 반사도가 다르기 때문에 고려해서 빛을 올려줍니다.이때 금속부의 느낌이 확 올라오게 됩니다




7. 완성


크로커스 로고를 올려주면 완성입니다!





제 폰이 아이폰이라 아이폰 화면 비율로 레이아웃도 해보고, 완성의 기쁨을 즐겨봅시다:)





본 포스팅에 포함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오리진 게임즈에 있습니다. *




마리아 일러스트 작업과정

크로커스 캐릭터 '마리아' 일러스트의 작업과정은 네이버에 있는 크로커스 팀블로그에 공개했었는데요, 제 블로그에도 올려두면 오다가다 참고하실 분들 계실 듯 해서 내용 그대로 올려둡니다. 원화가들, 혹은 원화가로 취업준비중이신 분들은 서로의 작업과정을 통해 힌트를 얻곤 하는 것 같아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혹시나 해서 말씀드립니다.

글은 재직당시 시점으로 적혀있지만, 현재 저는 오리진게임즈를 나와서 건강회복을 위해 쉬고 있습니다. )


"크로커스 팀블로그의 마리아 일러스트이야기 링크"
"크로커스 팀블로그의 마리아 원화이야기 링크"


-----------------------------------------------------------------------------------------



안녕하세요!

크로커스에서 그림으로 밥값하고자 고군분투 중인 원화가 이선미입니다

원화가 홍지원님이 담당하셨던 캐릭터 마리아원화작업을 바탕으로 제가 마리아의 일러스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그 작업과정을 그림쟁이 모드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짧게 말을 못하는 병이 있어서요(…) 좀 많이 길어질 수도 있지만 짧게 쓰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일러스트 선공개 후설명!




 

1. 러프 시안


우선, 기획자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마리아 일러스트에서 표현되었으면 하는 중요한 키워드들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이때 기본 설정이나 현재 작업중인 마리아의 특성 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듣게 되죠


크게 두 가지 방향 정도로 얘기가 진행이 되는데- 첫번째는 레오와 쌍을 이루는 느낌으로 포즈를 잡으면서 도도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으로 잡아보자!였고, 두번째는 현재 작업중인 마리아의 주제곡(!)과 어울리도록 좀더 댄서의 느낌을 표현하는 방향이었습니다.  



위와 같이 큰 두 방향의 시안을 놓고서 기획자분과 대화를 나눈 뒤 두번째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는데요, 멋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캐릭터의 특성이 좀더 보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주 이유였습니다.


캐릭터 일러스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일러스트는 원화에서 생략되어 있던 성격이나 움직임에 대한 단서를 통해 보다 더 생생하게 캐릭터가 느껴지도록 하는 것!


그래서 사실 제 경우에는 러프 구상 단계에서 느낌이 오지 않는다면 더 다듬는다고 해도 좋아지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인 듯 합니다.


- 그리고 사담으로 많은 그림쟁이 분들이 러프를 어느 정도 러프한 걸 러프라고 볼 것이냐-라는 주제로 고민들 많이 하시는 걸로 아는데요, 저는 앞으로 어떻게 작업이 전개될지 예측되는 정도를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저 혼자 작업하면 어떻게 작업할지는 제 머릿속에 다 있으니 이것보다도 훨씬, ~~~~~씬 러프했겠지만(졸라맨 수준으로요), 기획자분들이나 함께 개발중인 프로젝트 개발자 여러분들과 같이 보며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그 분들의 머릿속에서도 어느 정도 결과가 예측되어야 하므로 보다 구체적으로 러프를 잡게 됩니다.

 


2. 스케치 다듬기 & 투시잡기



잡아둔 러프를 기준으로 스케치를 구체화시켜나갑니다. 선화였을 때는 어색하지 않았을 선들을 덩어리가 잡혀도 이상하지 않도록 조금씩 단단하게 만져봅니다. 그리고 팔의 기어장치와 총이 잘 보이도록 조금씩 각도를 수정해둡니다.


스케치가 깨끗할 필요는 없지만, 본인 스스로 결과물이 예측되도록 구체화시켜놓는 것이 중요포인트입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스케치를 잡을 때 해두어야 할 중요한 작업!

무시무시한총과 아머의 투시 잡기시간입니다.

다행히 우리 크로커스는 3D 그래픽이므로! 이미 만들어져 있는 모델링을 각도에 맞춰 찍어달라고 요청해보았습니다:D

짜잔~




운이 좋다면 그대로! 선을 따서 바로 샤샤샥~ 하면 좋았겠지만… 스케치에 들어간 렌즈왜곡까지 모델러분이 표현해서 잡아주시기는 힘들기에(…) 모델링 캡쳐본은 교차확인용으로만 쓰이게 됩니다(눈물)


하지만 이것은 생각보다 꽤 중요한 단서가 되어주는데요, 제 머릿속에만 있는 형태와 실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투시 가이드선을 잡아주고 스케일에 맞춰 덩어리감을 파츠별로 잡아주면서 동시에 각 파츠별로 실루엣을 색면을 나눠서 잡아줍니다.


이 단계를 지나고 나면 짜잔!




요렇게까지 하고 나면 묘사할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묘사



기본적으로 덩어리는 흑백 명암으로 묘사해줍니다. 위에서 잡아둔 색면을 multiply해서 껐다 켰다 해가며 느낌을 잡아줍니다크게 느낌이 잡혔다 싶으면 구체적으로 잡아나갑니다.




사실 이런 식의 작업방식은 이 곳에 와서 처음으로 진행해보았는데요,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부분부분 묘사할 때마다 동시에 질감//반사율/빛색깔/역광색깔을 생각하며 그리던 것들이 분리되어서 하나씩 집중해서 표현해나갈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더라구요

 


이 이미지는 물리엔진에서 거칠기&메탈릭한 정도를 기준으로 표현된 질감입니다. 묘사하다가 헷갈릴 땐 이런 걸 참고해줍니다.

 


4. 틀린 형태 수정=

매번 스케치를 잘 한다 하면서도 놓치는 부분들이 꼭 생기는데요, 익숙하지 않은 형태를 잡을 때가 한군데 이상씩은 생기는 듯 해요. 딱 맞는 레퍼런스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땐!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특히 저는 일러스트 작업에서 표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요, 얼굴 표정 못지 않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손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 그건 그거고 어렵긴 어렵죠 ㅜ

그래서 각도에 맞춰 이렇게 열심히 손 셀카를 찍어줍니다.



손셀카: 최대한 원하는 각도를 얻어내는 것이 포인트!



사진을 참고해서 색면 실루엣 위주로 형태를 먼저 잡아두던 걸 조금 순서를 바꿔 명암 묘사 단계에서 형태를 잡아준 후 그 위에 정확한 실루엣을 잡아줍니다. 하나의 작업 방식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순서가 바뀔 때가 있는데요, 그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손을 예시로 들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자료참고는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참고하지 않아도 이미 잘 그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인체 하나만 놓고도 체형비율 / 지방량 / 근육량 / 나이대 / 힘의 긴장이완상태 / 각도 / 동세 / 건강상태나 화장유무에 따른 질감차이 / 그림 스타일에 따라 다른 모습이 표현되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많은 자료를 보고 이해도를 높여주는 편이 결과물의 퀄리티를 높이는데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람의 무의식은 무서운 거라서, 보는 사람들이 하나 하나 이성적으로 따지고 보진 않겠지만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정보를 분석하게 되어있거든요. 참고로 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직간접적으로 모아서 본 사진자료만 100여장 정도 되네요.



5. 텍스쳐 묘사



아머와 총에 묻은 페인트자국과 긁힌 스크래치들 사이로 드러난 금속, 그 금속이 살짝 녹슨 부분, 낙서들을 잡아줍.니다. 그리고 청 소재의 옷에 꺾인 부위마다 물 빠진 부분들, 많이 닳아서 살짝 헤진 느낌의 색감들을 넣어줍니다. 이미 묘사해둔 명암레이어를 켜서 함께 보면 이렇습니다.




피부가 너무 창백해보이죠? 흰색을 명, 검정을 암이라고 했을 때 암부에만 색을 넣어줘봅니다. 그리고 레이어를 다시 켜면!





그리고 역광을 넣어서 느낌을 봅니다. 역광이나 세부 피부톤은 이펙트를 넣으며 세부적으로 다듬게 됩니다.



하늘빛이 비쳐서 슬쩍 푸르게 비치는 톤도 넣어줍니다. 제가 평소에 쓰는 질감보다 상당히 매트한 느낌으로 표현했는데, 명암의 표현이 그렇다 보니 하이라이트가 과해지면 조금 징그러워지고 부담스러워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정도 조절이 항상 어렵지요.

 


6. 이펙트



일단 레오 일러스트와 통일성을 위해 바닥을 비슷한 느낌으로 깔아주고, 아머가 작동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 아머 원형부 위로 여러 원형의 선들을 띄워줍니다.




아머의 이펙트는 이렇게 레이어를 나눠 그린 후 한꺼번에 투시를 잡아주면 금방 표현됩니다.


! 그리고 배경을 그냥 두기에 심심해서 마리아의 리듬감도 더 느껴지게 할 겸, 마리아의 핑크 / 마리아의 청록빛을 좀더 톤다운한 색감으로 일렁이는 연기를 깔아주기로 합니다연기브러쉬를 합성해 핑크 / 블루 연기의 실루엣을 각각 잡아주고, 좀더 빛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레이어속성 normal모드에서 빛이 뭉치고 흩어지는 것을 표현해줍니다. 그 후 레이어속성을 screen으로 바꿔줍니다.



좀더 공기가 느껴지게 하기 위해 먼지 입자를 날려줍니다. 아머 주위에는 방향성이 느껴지는 입자를 핑크 / 블루 빛에 물들게 하여 추가해줍니다.



 

7. 완성

크로커스의 멋진 로고와 로고를 응용한 이미지를 앞 뒤로 깔아줍니다.

드디어 완성!



 

일러스트 작업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선까지 보여드려야 할까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요기왕 기회가 되는 김에 최대한 자세히 알려드리다 보면 또 누군가는 더 자세히 쓰시는 분도 나올 테고그러다 보면 서로서로 작업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요렇게 써봤습니다.

 

저 스스로 작업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저에게 큰 도움이 된 시간이었네요.

 

기나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D

 

 

* 본 포스팅에 포함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오리진 게임즈에 있습니다. *

 


20161021_그림체

그림은 눈-뇌-손이 모두 작용하는 활동이다. 그래서 그림에 있어서는 잘 관찰하는 것도, 잘 판단하고 계획하는 것도, 잘 옮겨 그리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 


그림체는 그린이가 시각적 요소들을 정보화해서 처리(표현)하는 과정을 특정코드로 양식화하여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러한 정보처리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림체를 바꾸는데에는 단순히 '다르게 그린다'정도가 아니라 '다르게 생각한다'가 필요하므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자신의 정보처리 과정에 대한 관찰도, 또 그것을 아예 다른 시점으로 바꿔 조절하고 손이 그것을 내놓게끔 만들기까지 상당한 연습도 필요하다. 코드를 조합하여 스타일링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그림체를 만들거나 접근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그림체는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준선이 있을 때 그걸 부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더 쉽다. 따라서 그냥 잘 그리는 사람이면 뭐든 잘 그리는게 아니라 한 가지 기준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그 기준선으로 다른 기준선을 접근하기에 상대적으로 좀더 쉬운 것일 뿐이다. 


역으로 다양한 그림체를 연습한다는 것은 상업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넓어진다는 것 외에 다르게 볼줄 아는 법을 훈련시키는 의미도 가지게 된다. 내가 아는 A라는 정답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B, C, D라는 정답이 어떤 과정에서 도출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느낌에 더 적합한 방식을 조합해서 쓰기 유리해진다. 단순히 비슷해 보이도록 따라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를 각 요소별로 세세하게 역으로 추적하여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그림체를 바꾸라거나 다르게 표현하라고 얘기할 때 어려운 점이 이 부분이다. 결국은 '다르게 그려라'라는 말은 '당신의 생각과 눈을 바꿔라'라는 말인지라, 서로 답이 없는 얘기가 되기 쉽다. 가능하다면 '다르게 보는 법'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편이 가장 좋다.

20180104

오랜만에 근황 남깁니다. 

2017년은 참 다사다난했네요. 


2017년 초 애정을 참 많이 가졌던 <CROCUS> 프로젝트는 아쉽게도 오픈을 하지 못한 채 개발이 중단되었습니다.

그 이후 에이스톰에 입사해서 <최강의 군단> 프로젝트에 합류했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8월 말 퇴사하기로 결정하고 한동안은 자체적으로 방학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컴플렉스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디든 적응할 수 있다는 건 큰 무기이긴 하지만-

첫 회사부터 마지막 회사까지 비슷한 풍의 작업이 하나도 없었던 탓에

작업물만 보면 저라는 작업자가 어떤 사람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스스로 '난 이런 풍이 좋아'라는게 달리 없는 편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취향'이 없는 작업자가 보는 이를 사로잡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세운 목표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찾아내어 잘 표현해내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잘 한다고 생각하는 '분석적인 사고를 통한 작업프로세스'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선언을 해야 시작이라도 될 것 같아서요. 

2018년에는 조금은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자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그림은 에이스톰을 퇴사할 때 회사분들에게 드릴 인사 겸 작별선물로 후다닥 그렸던 오드리입니다.





2017 연습


+20170829



-----------------------------------------------------------------------------------------------------------------------------------------------

+20170828



-----------------------------------------------------------------------------------------------------------------------------------------------

+20170529



-----------------------------------------------------------------------------------------------------------------------------------------------

+20170522




-----------------------------------------------------------------------------------------------------------------------------------------------

+20170508



-----------------------------------------------------------------------------------------------------------------------------------------------

+20170405




-----------------------------------------------------------------------------------------------------------------------------------------------

+20170404




-----------------------------------------------------------------------------------------------------------------------------------------------

+20170403




-----------------------------------------------------------------------------------------------------------------------------------------------

+20170331



-----------------------------------------------------------------------------------------------------------------------------------------------

+20170330




-----------------------------------------------------------------------------------------------------------------------------------------------

+20170329



-----------------------------------------------------------------------------------------------------------------------------------------------

+20170328


-----------------------------------------------------------------------------------------------------------------------------------------------

+20170117



_M#]


레이 일러스트 작업과정

CROCUS 팀블로그에선 마리아의 작업과정을, 아트스테이션에선 미카의 작업과정을 보여드렸었는데요,

오늘 제 블로그에서는 의사선생님 레이의 일러스트와 그 작업과정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시간이 나면 마리아와 미카의 작업과정도 다시 블로그에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우선 일러스트 먼저 보여드리고, 뒤이어 시간 순서대로 설명드릴께요:D





우선 레이의 원화입니다.

원화가 '서영진'님께서 레이의 디자인을 담당해주셨는데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의사선생님과는 조금 다른CROCUS 세계관에 어울리는 개성있는 복식으로 잘 디자인해주셨습니다.



서영진님의 디자인을 보면, 그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장치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요-

레이의 가운과 구급박스에 박힌 ‘+’ 문양에서는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임을허리춤에 달린 명찰에서 공식기관 소속이라는 단서를그러면서도 안에 입은 옷들은 레깅스에 미들부츠, 탑을 배치해서 독특한 분위기를 풍깁니다전체적으로 에메랄드빛을 포인트색으로 써서 헤어색과 함께 레이를 떠올리게끔 해주네요.

 



디자인에 대해 파악을 마친 후 레이의 분위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포즈를 잡아봅니다.

원화상에 바른 자세로 똑바르게 서서 화면을 바라보는 느낌이 좋아서 그것을 살린 포즈로 하나그리고 조금은 더 움직이는 도중의 느낌으로 잡아봅니다




레이 자체가 무표정에 말수가 많지 않은 캐릭터여서 오른쪽 시안은 약간 교태를 부리는 듯도 하다고 해서 왼쪽의 포즈로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옷에 가려진 바디라인과, 이목구비 비율, 옷이 흩날리는 실루엣 등 자세한 형태를 구체적으로 스케치해줍니다.





예전에 소개드린 일러스트들과 마찬가지로 명암과 색 레이어를 구분해서 작업하는데요우선 기본바디 / 헤어 / 가운 / &레깅스 정도로만 간단하게 면을 잡아주고기본 명암만 살짝 깔아줍니다이때 얼굴의 느낌은 다른 곳보다 자세히 잡아줍니다아무래도 사람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 얼굴인 만큼 얼굴의 인상이 처음에 잡혀있지 않으면 작업자 스스로도 느낌 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레깅스의 면들을 쪼개주고, 원화에는 없는 지퍼라인을 추가해줍니다지퍼라인은 하체라인을 볼 때 시선의 흐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헤어가 너무 달라붙어 보이지 않도록 앞머리를 띄워주고하체의 레깅스 질감을 생각하며 명암을 깔아줍니다.



 


느낌을 더 잘 보기 위해 임시로 암부에 색을 넣어주고덩어리 묘사만 되어있는 몸 위로 그림자를 잡아줍니다.





어둠을 더 어둠답게 잘 잡아주고스케치만 되어있던 차트와 구급상자, 명찰, 청진기를 그려넣어줍니다디테일을 더 넣을 수 있는 곳이 없는지 넣었다 뺐다 합니다.

 

손도 좀더 느낌에 어울리게 잡아줍니다.

 





가운의 디테일들을 채워줍니다어둠면의 더 진한 어둠들을 찾아줍니다임시로 넣어줬던 암부/명부의 색을 제대로 잡아줍니다.


 



역광과 반사광들을 넣어줍니다빠진 곳이 없는지 살펴봅니다.





빛이 뒤에서 떨어지는 느낌을 더 살려주기 위해 머리카락이 빛을 투과해 밝게 빛나는 가닥들을 넣어줍니다옷과 살결, 헤어에 하이라이트들을 넣어줍니다과하게 넣으면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에 정도를 조절하며 그려줍니다그리고 하체쪽은 아래로 갈수록 어두워지도록 어둠을 깔아줍니다공기의 느낌을 위해 먼지 파티클도 몇 개 올려주었습니다표정을 더 무표정에 가깝게 잡기 위해 입 매무새도 다듬게 됩니다.


 



배경이 심심하지 않도록 심장박동 그래프를 바탕에 넣어주고,

크로커스 로고를 맨 위에 얹어주면 완성!

 

일러스트는 캐릭터의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은지에 따라

연출도 작업과정도 많이 달라지는 듯 합니다.

매번 고민되는 어려운 작업이지만, 그만큼 재밌기도 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본 포스팅에 포함된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오리진 게임즈에 있습니다. *



 

<크로커스> 캐릭터 '마리아' 일러스트

오랜만에 포스팅 남깁니다. 

저는 현재 '오리진게임즈'라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크로커스>라는 프로젝트에 몸담고 있습니다.


<크로커스>는 기존의 게임들과 확연하게 다른 느낌의 아트웍을 통해 독특한 세계관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원화가 '홍지원'님이 잡아주신 마리아의 디자인으로 제가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회사 팀블로그에 자세한 작업 과정을 공개할 기회가 생겨서 제 블로그에도 링크를 공유드려 봅니다. 


기존에 제가 해오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하게 되어서 이 작업 내에서도 약간 헷갈린 부분들도 있지만,

글을 씀으로 인해서 스스로 더 잘 이해되기도 하고 글을 다 정리한 이후에 깨닫게 된 부분들도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링크 타고 가셔서 읽어주시고, 궁금한 점은 언제든 글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D



"오리진게임즈 팀블로그 '마리아 일러스트 작업과정' 링크"



2016 연습

+20161128





---------------------------------------------------------------------------------------------------------------------------------

+20161123




---------------------------------------------------------------------------------------------------------------------------------

+20161021





---------------------------------------------------------------------------------------------------------------------------------

+20161019



---------------------------------------------------------------------------------------------------------------------------------

+20161017

맘이 복잡

선이 나가질 않는다.



---------------------------------------------------------------------------------------------------------------------------------

+20160930

오늘은 왠일로 포즈마니악사이트가 한번도 안 멈추고 돌아간다. 나이스!



---------------------------------------------------------------------------------------------------------------------------------

+20160928

숨쉬듯 그리고 싶다.




---------------------------------------------------------------------------------------------------------------------------------

+20160926





---------------------------------------------------------------------------------------------------------------------------------

+20160923

http://artists.pixelovely.com/

요즘 참고로 하는 사이트.

포즈마니악과 다른 점은 실제 인체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고, 

따라서 전형적인 몇몇 타입의 몸이 아니라 다양한 나이/근육량/체형에 따른 실루엣 변화를 보기에 더 좋은 듯 하다.

취향에 따라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

+20160922


---------------------------------------------------------------------------------------------------------------------------------

+20160921

포즈마니악 사이트가 이상한 건지, 회사 인터넷이 이상한 건지 요새 계속 랜덤 셔플이 안 돌아가고 멈춰버려서...

실제 사람 사진이 나오는 사이트로 해봤더니 이건 또다른 세상 ㅎㅎㅎ

인체의 굴곡만 보면 집착하는 습관 덕분에 전체 포즈가 아니라 부분 습작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그래도 욕심 내지 않고 30초 20개 끝.


---------------------------------------------------------------------------------------------------------------------------------

+20160920



---------------------------------------------------------------------------------------------------------------------------------

+20160909



----------------------------------------------------------------------------------------------------------------------------------

+20160908





----------------------------------------------------------------------------------------------------------------------------------

+20160907



----------------------------------------------------------------------------------------------------------------------------------

+20160804




----------------------------------------------------------------------------------------------------------------------------------

+20160707




----------------------------------------------------------------------------------------------------------------------------------

+20160608


----------------------------------------------------------------------------------------------------------------------------------

+20160607


----------------------------------------------------------------------------------------------------------------------------------

+20160603







----------------------------------------------------------------------------------------------------------------------------------

+20160602

새로운 회사에 어제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세팅 다 끝냈습니다.

으으 잘 해야죠. 퐈이팅!!



----------------------------------------------------------------------------------------------------------------------------------

+20160601





----------------------------------------------------------------------------------------------------------------------------------

+20160518

30sec * 40 / 5min * 4 = 총 40분

막 긋는 선은 여전히 무섭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막막막 긋는 것 같아서 좋아요!

아직도 선은 끊기긴 하지만, 그래도 겹치지 않게 한 선으로 그리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지는 중입니다-

선드로잉의 완결성도 기본기를 크게 좌우하는 것 같아서 요즘 고민이 많네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은 아마 다음달부터 조금씩 해나가지 싶습니다.

일단은 손풀기부터:D




----------------------------------------------------------------------------------------------------------------------------------

+20160517

만신창이인 선 ㅋㅋㅋㅋㅋ

그래도 객관적으로 나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있어서 크로키가 좋네요.







----------------------------------------------------------------------------------------------------------------------------------

+20160420

30sec * 40 / 5min * 4 = 총 40분

역시 손이 많이 굳어있어서 한 이삼일 더 가야 풀릴 듯 하다.

기초연습은 꾸준히 합시다(...)




----------------------------------------------------------------------------------------------------------------------------------

+20160423





----------------------------------------------------------------------------------------------------------------------------------

+20160420

너무 오래 크로키를 건너뛰었더니 역시 선이 엉망진창, 형태감도 엉망진창.

30초 크로키하고, 5분 스케치.




----------------------------------------------------------------------------------------------------------------------------------

+20160415

그동안 3D로 된 근육모형같은 모델링만 보고 크로키를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실제 인체의 느낌과는 간극이 있는 듯 해서 실제 인체 사진을 보고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원래 '20## 크로키'라던 이름이 '20## 연습'으로 교체되었습니다ㅎㅎ)

일단은 핀터레스트에 모아둔 인체 사진을 보면서 하고 있는데, 한동안은 그걸로 버텨봐야겠네요.

컴퓨터로 말고도 종이에 그리는 일이 늘어났는데, 그건 귀찮아서 과연 자주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ㅎㅎㅎㅎㅎ


아직은 초반이라 그런지 익숙하질 않네요. 

30초짜리 후딱 그리는, 대충 뭉개는 선에 익숙해서 그런지 강약의 디테일을 주는게 아직 많이 어렵습니다.

최대한 지우지 않고 그리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그나마 제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선 정도가 맘에 드네요. 

(대강 뭉개고 있는 손발도 초 창피하네요... 하하 하나씩 해야죠 뭐!)


최근 김정기님이나 지수님, 혹은 외쿡인들 아티스트들의 초간지나는 드로잉을 보다 보니 언감생심 욕심이 생겼는데-

나도 저렇게 그려볼꺼야!!하고 야심차게 그리기 시작했지만 현실은...또르르...

좀 자주 그려야 할 듯 합니다. 제가 좀 많이 게으르거든요!! ㅋㅋㅋ

거의 맨날 하던 크로키도 올해 들어서 거의 없었고요. 반성의 계절이 온 듯 합니다.


언젠가 펜으로도 슥슥 그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20160105


prev 1 2 3 4 5 6 ··· 23 next